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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마을장례]고맙습니다. 그 매듭을 풀어주셔서.

많은 분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장례라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의식이나 큰 행사가 아닌,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작은 순간, 조용히 전해지는 한 마디가 도리어 더 깊은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런 특별한 하루를 보냈습니다."장례지도사님, 관에 모신 다음에 그 끈을 다시 풀어주시는 걸 보면서...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모든 입관 과정을 끝내고 입관실을 나오던 순간, 고인의 아들분께서 저에게 다가와 건네신 말씀입니다. 입관 과정 내내 차분하게 슬픔을 견디고 계시던 그분의 눈가는 어느새 붉어져 있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된 그 한마디에, 제 가슴속에도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상주분은 예전에 경험했던 괴로운 기..

마을장의사 2025.07.12

[슬기로운 마을장례] 립스틱은 제가 발라드려도 될까요?

"혹시, 저희 엄마 립스틱을 제가 발라드려도 될까요?" 장례지도사로 일하며 많은 이별의 순간을 함께하지만, 이 한 마디 질문은 제 마음속에 특별히 따뜻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희가 염습을 정성스럽게 마치고 수의를 입혀드린 다음, 고인의 얼굴을 차분히 단장해드리고 기초화장품까지 발라드린 후의 일이었습니다. 딸 한 분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제게 말씀하셨어요. 저는 바로 "네! 물론이죠." 하고 답변드렸습니다.그분의 손이 고인의 메마른 입술에 닿는 그 순간, 눈가에 맺힌 눈물을 애써 참으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핸드백에서 꺼낸 평소 사용하시던 립스틱으로 마지막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분명 생전에 오고 갔을 수많은 모녀간의 대화와 추억이 느껴졌습니다. 저희가 예의에 맞게 정돈을 해드렸지..

마을장의사 2025.07.12

[슬기로운 마을 장례]장례지도사가 경험한 가장 허망하게 떠난 고인.

오랜 시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고인분들과 마지막 여정을 함께해왔습니다. 각각의 이별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분이 계십니다. 몇 년 전, 한적한 주거지역에서 벌어진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신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쉰 살을 갓 넘기신 분이었는데, 운전 경험이 부족한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아 급가속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활동적이어야 할 시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고 무의미한 사고로 목숨을 잃으신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남겨진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장례를 준비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지, 그리고 단 한 번의 ..

마을장의사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