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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마을장례 - 빈소를 울린 사과 한 쪽

장례지도사로 일하다 보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순간을 실제로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은 막 빈소를 차린 뒤 예를 갖추는 초배상(招拜床)을 올릴 때였습니다.​저희가 과일을 올려드리는데, 뒤에서 지켜보시던 작은아버님께서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습니다."얘들아, 잠깐만. 처음 올리는 상인데 이게 뭐냐. 우리 집안은 대대로 홍동백서인데, 배가 왜 저기 가 있어?"​작은아버님의 한마디에 이제 막 슬픔을 추스르려던 가족들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첫째인 상주께서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작은아버지, 그냥 두시지요. 곧 손님들도 오기 시작하는데, 그냥 하시죠."​"아닙니다, 형님. 작은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이번엔 둘째 아드님이 형의 말을 끊고 나왔습니다.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근본은 지켜야지요. 첫 상부..

마을장의사 2025.06.10

[슬기로운마을장례] 장례지도사지만, 고인의 맨손을 마지막으로 잡아드립니다.

장례지도사로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내게 소중했던 분의 마지막 길을 함께할 때입니다. 얼마 전, 사이버 대학에서 인연을 맺고, 졸업 후에도 동문회에서 자주 뵙고 친해진 형님의 장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장례지도사는 유가족이 고인과의 이별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절차 하나하나를 조용하고 정확하게 준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보다는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번 처럼 마음 깊이 남는 인연을 떠나보낼 때는 그 감정을 쉽사리 눌러두기 어렵습니다. 장례식장에 들어서 영정 사진을 마주했을 때,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감정이 올라오는 걸 억누르며 유가족분들을 먼저 살폈습니다. 제가 무너지면, 더 큰 슬픔을 견디고 계신 가족분들께 의지가 되어드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마을장의사 2025.06.08

[슬기로운 마을장례]파주 지역 장례 상담

'마을장의사'는 최근 상조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장례 경험이 전혀 없어 막막해하시던 파주 지역 고객님께 전화 상담을 통해 도움을 드렸습니다. 여러분도 장례와 관련된 어떤 내용이든지 부담없이 전화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실제 상담 내용] 마을장의사 : 네, 여보세요. '마을장의사'입니다. 말씀하세요. 고객님 : 예, 안녕하세요. 인터넷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저희 어머니가 지금 위독하셔서... 제가 파주 지역에 살거든요. 근데 상조 같은 것도 하나도 안 들어놨고, 장례는 정말 처음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너무 막막합니다. 마을장의사 : 네, 경황이 없으실 텐데 전화 잘 주셨습니다.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도와드리니 너무 걱정 마시고요. 편안하게 궁금하신 것부터 여쭤보세요. ..

마을장의사 2025.06.02

[슬기로운마을장례]이별의 마침표. 이별의 시작

떠나는 이는 오랫동안 이별을 준비하다가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비로소 이별의 끝에 도달하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그 순간부터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이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장례를 진행하다 보면 수많은 가족의 이별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별은 각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떠나는 사람에게 이별의 순간은 단순히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시간일지 모르지만, 남은 사람에게 이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여정의 시작입니다. 장례는 흔히 ‘3일장’이라 부르며, 사망 소식부터 발인까지 보통 3일 동안 진행됩니다. 이 3일이라는 시간은 장례 절차의 끝이면서도, 앞으로 오랫동안 마주하게 될 이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장례기간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고,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환..

마을장의사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