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로 일하다 보면,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순간을 실제로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날은 막 빈소를 차린 뒤 예를 갖추는 초배상(招拜床)을 올릴 때였습니다.
저희가 과일을 올려드리는데, 뒤에서 지켜보시던 작은아버님께서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처음 올리는 상인데 이게 뭐냐. 우리 집안은 대대로 홍동백서인데, 배가 왜 저기 가 있어?"
작은아버님의 한마디에 이제 막 슬픔을 추스르려던 가족들의 얼굴이 굳었습니다. 첫째인 상주께서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작은아버지, 그냥 두시지요. 곧 손님들도 오기 시작하는데, 그냥 하시죠."
"아닙니다, 형님. 작은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엔 둘째 아드님이 형의 말을 끊고 나왔습니다.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근본은 지켜야지요. 첫 상부터 이렇게 예의 없이 올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습니다. 첫째는 현실을, 둘째는 명분을, 작은아버님은 전통을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저는 가족분들이 원하는 진설을 하기 위해 과일의 위치를 물어보려 하였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영정만 바라보시던 어머님께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셨습니다. 옥신각신하던 모두의 말문이 막히고 시선이 어머님께로 향했습니다. 어머님은 어디선가 작은 과도를 가져와, 떨리는 손으로 제단에 놓여있던 사과 한 알을 집어 드시고는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껍질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사각... 사각...'

AI 활용
빈소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과 함께, 사과 껍질이 끊어지지 않고 돌아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습니다. 마침내 껍질을 다 깎아낸 어머님께서 아들들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하지만 또렷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느그 아부지... 병원에서 사과를 그렇게 먹고 싶어했는데..."
어머님은 정갈하게 잘라낸 사과 한 쪽을 두 손으로 소중히 받쳐 들고, 제단 위가 아닌 아버님의 영정 사진 바로 앞에 가만히 내려놓으셨습니다. 촉촉이 젖은 목소리로 영정을 향해 속삭이셨습니다.
"여보, 여기 당신 좋아하는 사과요. 이제 아프지 말고 편히 잡수시오..."

AI 활용
그 모습을 본 두 아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잇지 못했습니다. 그저 어린 시절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고개를 떨군 채,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 없이 흐느끼며 영정 앞에 엎드렸습니다.
저희의 일은 단순히 정해진 절차에 맞춰 상을 차려드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슬픔 속에서 길을 잃은 가족들이 고인을 온전히 추억하며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진짜 역할임을 그날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잘 차려진 첫 상차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위에 고인이 가장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며 건네는 진심 어린 마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인사일 것입니다.
저희 마을장의사는 단순히 장례 절차를 대행하는 것을 넘어, 내 이웃의 일처럼 함께 슬퍼하고 마음을 다해 돕는 장례 전문가입니다. 처음 경황이 없을 때부터 장례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유가족의 곁에서 지키며, 불필요한 거품은 걷어내고 오직 고인에 대한 추모와 사랑만이 가득한 아름다운 이별을 만들어 드립니다.
가장 힘든 순간,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길잡이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마을장의사를 찾아주십시오.
미리 상담하면 당황하지 않습니다.
1877-1852 / 010-4494-7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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