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장의사

[슬기로운 마을장례]장례식장에서 아이의 질문

마을장사 2025. 7. 14. 21:31

"할머니 하늘나라 가는 거야?"
"저기에 할머니가 있어?"
"이게 할머니야?"
"우리 할머니 저기 있어요."

이러한 질문들은 죽음을 어렴풋이 알아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어른들은 미처 헤아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표현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 역시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런 순수한 질문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 순수함이 어른들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순간적으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할머니,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마"

유난히 제 기억에 깊이 남은 한 장례가 있습니다. 치매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이었습니다. 빈소는 조문객들로 북적였고, 간간이 슬픔 어린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장례식장의 엄숙한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어른들의 슬픔에 덩달아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손녀인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빈소 한쪽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에 앉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진지하게 그림에 몰두하고 있었죠.

아이가 혹시 불편해할까 싶어 조용히 아이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무슨 그림을 그리고 있니?"

아이는 저를 올려다보더니 해맑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그림 그리고 있어요! 저기 있는 할머니랑 예쁜 꽃들이요!"

저는 아이가 보여준 그림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영정사진 속 할머니의 모습과 그 앞에 놓인 형형색색의 꽃제단을 아이만의 시선으로 표현한 것이었어요. 할머니는 사진보다 훨씬 더 환하게 웃고 계셨고, 꽃들은 무지개처럼 화려했습니다. 어른들 눈에는 엄숙하고 슬픈 풍경이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할머니께서 아름다운 꽃들에 둘러싸여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비쳤던 거죠. 그 순수한 시각에 저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잠시 후, 아이의 어머니가 다가와 아이를 불렀습니다. "아가, 이제 할머니께 인사드려야지."

아이는 그림을 챙겨 들고 엄마 손을 잡고 영정사진 앞으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영정사진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할머니,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마. 내가 그려준 꽃밭에서 매일매일 놀아."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엄마에게 연신 질문했습니다. "엄마, 할머니 어디 계셔? 할머니가 저 안에 있는 거야? 할머니는 저 사진 안에 있는 거야?" 엉뚱하지만 순진무구한 질문에 유가족들은 저마다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서 아이가 던진 다음 질문에 어른들은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엄마, 그럼 할머니 이제 식사는 누가 챙겨드려? 할머니 배고프겠다!"

아이의 순수한 염려에 빈소는 잠시 숙연해졌다가 이내 따뜻한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뒤, 아이는 영정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마, 근데 할머니는 왜 나한테 아무 말씀도 안 하셔? 이제 나 예쁘다고 안 해줄 거야?"

그 순간 빈소에는 깊은 정적이 흘렀습니다. 아이의 순진한 질문이 가족들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고, 저 역시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지 늘 고심하게 됩니다. 그 아이의 엄마도 당황해하시며 저에게 조용히 물으셨습니다. "지도사님,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요?"

 

그때마다 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정직하게 말씀드리곤 합니다.
"할머니는 이제 하늘나라로 가셔서 우리 곁에 계시지 않아. 하지만 너의 마음속에서는 항상 살아 계실 거란다. 할머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기억한다면, 할머니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워하면 친근한 비유로 설명해드리기도 해요.
"할머니가 입으신 그 옷은 말이야, 천국에서 입는 아주 특별한 옷이라고 해. 공주님이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네가 그린 그 예쁜 꽃밭처럼, 천국에도 정말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할 거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궁금한 게 참 많구나? 궁금한 건 언제든지 물어봐도 괜찮아. 할머니가 대답해주지 않아서 속상하니? 괜찮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하단다. 그런데 말이야, 할머니는 네가 자는 동안 꿈속에서 찾아와 대답해주실지도 몰라."

사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십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아온 바로는 몇 가지 작은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숨기려 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잠든 것"이라는 표현보다는 정확한 설명을. 아이가 잠자는 것을 무서워할 수 있어요.

아이의 질문을 귀찮아하지 마세요. 그 질문들이 아이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함께 추억을 나누세요. "할머니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같은 따뜻한 이야기들로요.

 

저희는 항상 가족과 충분히 상담하여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 가족 구성원이 있을 때는 더욱 세심하게 배려합니다. 정성과 존중이 담겨 있다면, 값비싼 소재가 아니어도 고인을 정갈하게 모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희 마을장의사는 고인에 대한 예우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사랑하는 분과의 마지막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그리고 어린 가족 구성원들까지도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장례 준비는 대부분 갑작스럽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이 과정을 겪어야 하는 가족분들께는 더욱 어려운 시간이겠죠.

 

어떤 질문이든, 어떤 상황이든 편안하게 문의해 주십시오.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후불장례종합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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